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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30

홍매화와 벚꽃의 화려한 콜라보, 구례 화엄사의 봄날 풍경 화엄사는 워낙 큰 절이라 볼 것도 참 많습니다. 그래도 이만때면 봄꽃이겠죠. 화엄사는 홍매화가 유명합니다.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 자리에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는데 붉다고 해야 할까, 짙은 분홍빛 같기도 한 그 색을 정확히 표현할 길이 없네요.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만개할 무렵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홍매화가 가고 벚꽃이 오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 이때는 운이 좋게도 매화의 붉은 빛과 하얀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봄꽃들의 개화가 빨라질 거라고들 합니다만 변덕스런 봄날씨를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날씨는 그저 하늘에 맡겨야겠지만 금새 지고 마는 봄꽃들을 제대로 즐기려면 때를 잘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개구리 깨어나는 경칩이 왔나 싶더니 벌써 3월도 저물.. 2023. 3. 22.
봄의 화엄사에 가시거든 동백꽃도 꼭 보고 오시라 동백꽃은 서둘러 봄을 인도하는 전령사 같습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유달리 붉은 꽃송이를 터뜨리며 무채색으로 가득한 세상에 화려한 색감을 칠합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사위어 땅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오히려 더욱 붉게 빛나는 모습에 경탄하게 됩니다. 오래전 구례 화엄사를 찾았던 때였습니다. 때맞춰 피어난 홍매화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더군요. 저마다 고혹적인 모습으로 피어나 화엄사의 공간을 환히 채어주고 있던 홍매화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 행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 다니던 순간, 참으로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철 푸른 나뭇잎과 강렬하게 대조되는 동백꽃의 붉은 빛.. 2023. 3. 20.
섬진강 따라 십리벚꽃길의 꽃비에 취하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이름난 벚꽃 명소입니다. 오래전 이 곳을 찾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물결에 진저리를 치며 차를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테니 좀더 호젓하게 호사스러운 꽃구경을 하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길 기다려 새벽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아쉽게도 하늘은 파란 빛을 내어주질 않았지만 무심히 낀 안개가 오히려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흥청망청 분위기에 들뜬 관광버스의 행렬도 보이질 않아 벚꽃의 향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로 지나며 벚꽃 터널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사진으로 남기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고 하는가.. 2023. 3. 18.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 같다. 이병률이라는 사람을 안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글과 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시인이자 방송작가로 알려져 있는 이병률의 산문집 두 권을 읽었을 뿐,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다지 많지 않은 데 말이다. 그의 책에는 여전히 서문도 없고, 에필로그도 없다. 그 흔한 차례도 없고, 페이지도 매겨지 있지 않다. 한편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마음데 드는 구절을 만나면 친구에게 "몇 페이지 몇번째 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줄 수도 있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고, 오랜 작업 뒤에는 어떤 마음이었는 지 독자들에게 그 속내를 털어놓을 법도 한 데, 그는 한결같이 .. 2015. 7. 5.
여유로움 속에 오래된 전통과 호흡할 수 있는 고령 개실마을 유행이란 것이 비단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택, 전통마을과 같은 오래된 우리 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또한 어느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아마도 지난 수십년간 고도성장의 그늘 아래 현기증 날 정도로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사람들은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있는 개실마을 또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전통 문화마을 가운데 한 곳이다. 원래 개실마을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란 뜻의 개화실(開花室)에서 음이 변해 개실이 되었다 한다. 개실마을의 80% 정도가 전통 한옥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며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강동마을과 같이 이름난 전통 마을.. 2013. 4. 24.
절이 흥해야 나라가 흥한다는 영취산 아래 흥국사 사진만으로 봤을 땐 여수 시가지 어느 곳의 나트막한 산 속에 들어앉아 있는 절일 거라 생각했었다. 흥국사는 몇해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이번에서야 찾아 나서게 됐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 서 있는 여수산업단지를 지나야 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말로만 듣던 영취산 아래에 흥국사가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온 산이 온통 붉은 진달래로 장관을 이룬다는 영취산이 바로 이곳이었다니. 때마침 이날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절 입구에서부터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고, 일주문 앞에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어서 기대했던 산사의 고요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좀 일러서인지 다행히 찾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활짝 피어난 봄꽃을 찾아 다니며 봄을 만끽한다지.. 2013. 4. 21.
희고 붉은 연꽃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완주 송광사 송광사를 다녀 온 지도 벌써 반년이 훨씬 지났다. 송광사 하면 흔히들 순천 조계산에 있는 승보사찰 송광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전북 완주의 종남산 산자락 아래에도 이에 못지 않는 훌륭한 사찰이 있으니 그 이름 또한 순천의 그것과 한자까지 똑같은 송광사(松廣寺)다. 아마도 송광이란 이름이 좋아 이렇듯 여러 절에서 이름으로 쓰고 있는 듯 하다.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완주 송광사의 원래 이름은 백련사였으며 신라 경문왕 때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 이 절의 규모는 무척 커서 일주문이 사찰 경내로부터 3km 밖에 세워졌을 정도였으며 무려 800동의 당우와 600여명의 승려가 수행을 했다고 하니 능히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송광사는 아담하니 위압스럽지 않아 좋다. 처음 .. 2013. 2. 28.
겨울의 한가운데, 병산서원에 잠시 머물다 상상하거나 기대헀던 모습은 아니었다. 하얀 눈 속에 포근하게 담겨진 병산서원을 마음 속으로 그려봤었지만 며칠 계속된 따뜻한 날씨에 쌓였던 하얀 눈밭은 어느새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가려져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 비단 눈 속 풍경만은 아니겠지만 눈이 녹아내릴 때처럼 추한 모습도 또 흔치 않다. 앞서 걷는 연인들의 투닥거림에 신경이 쓰인다. 질퍽한 길을 걷기 싫어하는 마음이 걸음걸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가씨의 끊임없는 불평이 남자 친구에게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좋은 곳에 놀러 와서 싸우고 가면 안되지. 오지랖 넓은 참견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간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눈 맞추며 사랑을 재잘거릴 그들이 아니던가. 여느 때처럼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 밑에 다다른다. .. 2013. 2. 6.
찾기 쉽고 머물기 좋은 "넌 나의 대한민국 베스트 여행 책" 사진이란 걸 취미로 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 그 곳을 걸으며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란 단어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비타민'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넌 나의 여행책"이란 책을 박재상과 함께 만든 김은영이란 사람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사회과부도를 끼고 살았던 그녀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처럼 나 역시도 어릴 때 사회과 부도를 참 좋아 했었다. 학기 초 새로운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오래 펴놓고 살펴봤던 책이 바로 사회과 부도였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곳곳의 신기한 풍경들.. 2012. 12. 1.
조선시대 불교 건축의 단아함을 엿볼 수 있는 수정사 대웅전 진보에서 청송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수정사 대웅전을 알리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분명 안내판엔 "수정사 대웅전 150m"라고 씌어 있지만 150m는, 아니 1,500m를 가도 절은 보이지 않는다. 모르고 지나쳐 왔나 싶어 몇번을 되돌아 나오는 불필요한 수고 끝에 산길을 수km 더 달려 작은 절집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 절이 바로 수정사요, 초라하기까지 한 절집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각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3호로 지정되어 있는 수정사 대웅전이다. 기록에 따르면 수정사는 고려 공민왕 때의 큰 스님인 나옹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선시대에 중수되었고, 현재의 대웅전 건물은 1982년에 보수한 것이다. 대웅전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인데 조선시대 건축의 단아.. 2012. 11. 20.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한국관광의 별' 송소고택 모처럼 다시 찾은 송소고택은 여전히 정겨운 느낌이었다. 아궁이마다 장작이 불타며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오래전 유년기의 기억을 되돌려 주는 듯 했다. 겨울날 저녁 해가 질 무렵이면 아궁이에 앉아 군불을 지피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단잠을 자고 나면 피곤이 다 풀릴 것 같은 느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소고택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토요일이면 또 많은 사람들이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올 것이다. 얼마전 '한국 관광의 별' 숙박부문에 송소고택이 선정되면서 이곳을 찾는 이는 더 늘어나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고택 체험도 쉽지 않아졌다. 송소고택이 자리잡고 있는 청송에는 여러 볼거리가 많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주왕산은 물론.. 2012. 11. 18.
'나무 사잇길' 따라 천년고찰 석남사를 거닐다 깊은 산중에 있는 작은 사찰 쯤으로 생각하고 석남사를 찾았다. 첫 느낌은 조금 생소했다. 일주문 앞으로 도로가 지나고 절 입구에 있는 식당은 속세의 허기를 채워주기에는 적당할 지 몰라도 절집이라면 응당 고요한 산사의 한적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는 마땅찮은 풍경이었다. 그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덕분인지 때이른 무더위도 잊을 수 있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숲길이 있다. '나무 사잇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은 올해 초 울주군에서 예산을 들여 새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공사 과정에서의 수목 훼손 논란 등으로 한때 시끄러웠었는데 지금은 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날씨 탓인지 녹음이 더욱 무겁고 짙게 느껴진다. 한여름에 걸어도 상쾌한 기.. 2012.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