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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441

1억4천만 년 전 지구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다 - 우포늪 우포늪 얘기는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겠지. 우포의 어부, 물안개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우포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사진작가들이 꼭 한번은 가봐야 할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을 만큼 멋진 곳이다. 2008년에는 이곳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에 걸쳐 있는 자연늪지다. 낙동강의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위치해 있다. 지금으로부터 1억4천만년 전에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가로 2.5km, 세로 1.6km로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라고 한다. 1998년에 국제습지조약(람사르협약) 제934호 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 네 군데 늪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면적에 비해 종 다양성이 매우.. 2023. 2. 18.
화왕산의 넉넉한 품속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절 - 관룡사 오래전부터 늘 마음에 두고 그리워하던 곳, 화왕산(火旺山) 아래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절 관룡사에 다녀왔다. 한여름 무더위를 묵묵히 견디며 관룡사를 찾았던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계절은 가을을 향해 서늘한 바람을 휘감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내게 관룡사라는 절은 두 가지 이미지로 각인(刻印)되어 있다. 마치 병풍처럼 절 뒤편을 두르고 있는 관룡산 병풍바위의 강건(剛健)한 기운과 원음각(圓音閣)에서 땀을 식혀주던 서늘한 바람의 감촉이다. 관룡사가 자리하고 있는 화왕산의 동쪽으로 이어진 산봉우리가 관룡산인데 ‘창녕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수려(秀麗)한 바위산의 경치를 자랑한다. 관룡사는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가파른 산지의 좁은 땅을 잘 활용해 아담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내.. 2023. 2. 17.
우주의 참된 모습이 해인삼매의 깨달음으로 - 해인사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法), 팔만대장경을 모셔놓고 있는 법보종찰(法寶宗刹)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이름난 명승을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로 불린다. 명산(名山) 가야산을 뒤로 하고 매화산을 앞에 둔 명당(明堂) 자리에 터 잡고 있어 웅장한 소나무 숲과 고요한 산사가 한데 어우러져 경이롭고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해인사를 찾는 발걸음이 더 늘어났다. 해인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 도량이기도 하다. 신라 제40대 임금 애장왕 3년(802)에 화엄종의 초조(初祖) 의상대사의 뜻을 이어받아 화엄십찰의 하나로 세워졌다.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화엄경에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2023. 2. 16.
은진미륵의 영험으로 가득 찬 빛의 절 - 관촉사 관촉사는 논산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반야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에 자리 잡고 있는 관촉사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고려 광종 19년(968)에 혜명이라는 스님이 불사를 시작해 1006년에 완공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절은 은진미륵(恩津彌勒)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石造彌勒菩薩立像)으로 유명하다. 은진미륵의 조성과 관련된 설화가 전한다. 한 여인이 반야산에서 고사리를 꺾다가 아이 우는 소리를 듣고 가보았더니 아이는 없고 큰 바위가 땅속으로부터 솟아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정에서는 바위로 불상을 조성할 것을 결정하고 혜명 스님에게 그 일을 맡겼다. 스님은 100여 명의 공장(工匠)과 함께 970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006년(목종 9) 불상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불상이 너.. 2023. 2. 15.
장(醬)이 익어가는 다각적 추론의 집 - 명재 윤증고택 건축가 함성호의 『철학으로 읽는 옛집』 마지막 장에 당당히 명재 윤증고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명재고택의 모습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따로 담장을 두지 않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모습은 조선 성리학의 거두로 불리던 우암 송시열에 탈(脫)주자학적 가풍으로 맞섰던 집주인의 넉넉한 풍모를 빼닮았다. 명재고택을 찾았던 날은 마치 봄날 같았다. 계절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있었지만 한낮 햇볕의 따뜻했던 기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홀로 걷고 있어도 누군가가 옆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아 온기가 감도는 마루에 앉아 오래된 나무의 감촉을 손으로 매만지며 따뜻함을 만끽하던 찰나의 행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명재고택을 떠올리면 따뜻한 봄의 느낌이 감싼다... 2023. 2. 14.
풍요로운 가을의 황금빛 악양 들판 - 최참판댁 그 가을 아침의 기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다. 서늘한 바람 속 최참판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악양 평사리의 황금빛 가을 들판을 바라보던 그때의 감흥이 떠오른다. 잔잔하면서도 무척이나 깊어서 앞으로도 쉽게 잊히지 않을 거 같다. 언제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사진에 소리를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리뿐만 아니라 향기까지 담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가을의 섬진강이라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친 뒤 서늘한 가을바람이 섞인 강 내음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앞으로도 섬진강을 떠올리면 그날 아침의 물안개와 함께 그 특유의 냄새가 떠오를 것 같다. 강릉 선교장에 갔을 때 멋진 한옥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 2023. 2. 13.
섬진강과 십리벚꽃길을 품고 있는 고즈넉한 산사 - 쌍계사 경남 하동 땅의 이름난 고찰 쌍계사는 이전부터 찾고 싶던 곳이었다. 지난봄에는 지척까지 갔다가 벚꽃놀이 인파에 쫓겨 다시 차를 돌려야 했던 기억도 있다. 유명한 하동 십리벚꽃길의 끄트머리에 쌍계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십리벚꽃길은 화개 장터에서 시작해 화개천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쌍계사까지 5km에 걸쳐 이어진다. 흰 눈의 융단폭격을 맞은 양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터널은 섬진강을 대표하는 봄 풍경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쌍계사는 조계종 제13교구 본사다. 관장하고 있는 말사가 무려 43개, 암자도 4개에 달할 정도로 큰 절이다. 쌍계사 일원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리산이 큰 산은 큰 산인 모양이다. 지리산 자락이 품고 있는 쌍계사, 화엄사, 연곡사, 천.. 2023. 2. 12.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내연산의 고찰 - 보경사 대구, 경북지역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MT를 다녀온 기억이 있는 곳, 바로 포항 보경사다. 내연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신라시대의 고찰로 이곳을 거쳐 내연산 등산 코스가 시작되기도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포항시 송라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7번 국도의 이정표를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내연산(710m)은 폭포가 자랑인 경북 포항의 진산(鎭山)이다. 상생·잠룡·관음·연산·시명폭 등 열두 개의 폭포가 줄줄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폭포는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영화 에도 내연산이 나왔었다. 영화에선 보경사 앞 공중전화에서 김지수가 유지태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이 나온다. “나 지금 포항에 있는 내연산에 와있거든. 근데 산되게 좋다. 폭포가 12개나 있는.. 2023. 2. 11.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다 - 기청산식물원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지만 한번 다녀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벼르고 벼르던 차에 겨우 기청산식물원의 봄꽃 구경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막상 떠나면 금방인데 마음먹기가 왜 그리 어려울까. 한겨울 내내 언제 봄이 올까 했는데 어느새 계절은 봄의 절정(絶頂)을 이미 지나고 있었다. 기청산식물원은 경북 포항시 청하면 덕성리에 있는 사설 식물원이다. 서울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낙향(落鄕)한 이삼우 원장이 1965년에 과수원을 인수하여 한국향토고유수종연구개발농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가꾸어 오고 있다. 이 식물원은 여타의 수목원과는 달리 공원식(公園式) 식물원이 아닌 교육 목적의 박물관식(博物館式) 식물원을 지향하고 있다 보니 아직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편이다. .. 2023. 2. 10.
이른 가을날 아침이면 맑은 향기 가득 하다네 - 천은사 인연이 닿았더라면 아마도 좀 더 일찍 천은사를 찾았을 것이다. 이제야 이리 좋은 곳을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속에 안긴 듯 자리 잡고 있는 천은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는 넉넉한 절이다.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는 구렁이 설화(說話)가 고찰의 오랜 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천은사는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전남 구례군 광의면 지리산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힌다.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인도의 덕운 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다 이곳에 천은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나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천은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내려.. 2023. 2. 9.
고요와 청순의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다 - 화엄사와 구층암 크고 웅장한 사찰에 들어서면 위압감을 느끼는 게 보통이지만 화엄사는 빛바랜 단청 그대로, 이끼 낀 돌탑 그대로의 모습에서 천년고찰다운 세월의 무게와 더불어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화엄사를 “고요와 청순(淸純)의 아름다움이 지리산 깊은 산 속에 맥맥히 넘쳐흐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 느낌 그대로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어 화엄사 입구는 늘 자동차와 사람의 물결이다. 사하촌(寺下村)은 활기가 넘친다. 그러던 것이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면 속세의 소리는 이내 산사의 고요에 묻힌다. 성속의 경계가 이토록 뚜렷하다. 화엄사에 들어서자마자 보통의 절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가람 배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화엄사는 건물들이.. 2023. 2. 8.
법(法)이 편히 머무는 탈속(脫俗)의 절 - 법주사 법주사는 속리산의 넓은 품속에 있다. 속리산(俗離山)이란 이름 또한 천년고찰에 잘 어울린다. 속세를 떠나서 법(法)이 머물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법주사인 것이다. 가까이에 큰 길이 새로 뚫리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깊은 산중에 있어 쉬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무려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법주사를 다시 찾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방문지 중 하나였었는데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 탓인지 어릴 적 다녀왔던 법주사의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보기 흉하게 시멘트가 발린 거대한 불상의 모습과 팔상전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찍었던 기념사진만이 그때를 추억하게 한다. 법주사 일주문에 이르는 울창한 숲길이 시원하니 참 좋다. 정식 명칭은 속리산 세조길인데, 조카의 왕위.. 2023.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