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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최갑수의 여행하는 문장들 이젠 오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떠나야 하는, 여행이 위로가 된다고 믿음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지닌 편한 친구 말이다. 그래서 어제 보고 오늘 또 봐도 반갑고, 십수 년만에 봐도 그간의 공백이 전혀 낯설지 않은 좋은 친구 같은 최갑수의 책을 다시 펴보게 됐다. 참 그다운 책 제목이다. 그래, 최갑수에게 사랑과 여행을 빼면 무엇이 남게 될까. 내가 그를 직접 만난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세상에서 단 한마디의 얘기도 나눈 적이 없는 사이면서도 최갑수의 여러 책들과 사진을 통해 그를 꽤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도 사실은 '오버'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행작가란 직업은 결국 글과 사진으로 기억되게 마련이다. 글과 사진을 통해 그를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만큼.. 2016. 6. 13.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스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 책의 제목은 이다. 2012년 2월 무렵에 을 읽고 큰 마음의 감동을 얻었던 것이 벌써 4년 여 전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속절없이 흐른 세월과, 그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의 무게를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따뜻하고 편안하다. 스님의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느낌 그대로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그의 글은 따스한 위안이다. 다 괜찮다며 등 토닥여주는 정다운 친구처럼, 힘들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엄마의 품처럼 혜민 스님은 모든 이들을 품어 안아준다. 요즘 참 힘든 세상이다. 수십 년전과 비교하면 먹고 사는 것은 훨씬 나아졌는데, 우리는 왜 항상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되뇌여야 하는 것인가. 경제지표는 선진국들과 어깨.. 2016. 6. 7.
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 시간이 갈수록 열망은 더욱 커진다. 시간이 갈수록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말이다. 온전히 내가 디자인한 나만의 집 짓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머릿 속에서 지었다 허물고를 벌써 몇년째 반복하고 있는 지 모른다. 지칠 법도 하지만 꿈만은 사그라들지 않으니 진정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것인가 보다. 왜, 언제 집을 짓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공상하기를 좋아했던 내게 다시 유년기의 몹쓸 취미가 찾아온 것은 어쩌면 숙명일 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먹을수록 모든 것이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그래도 열정이 식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에 가끔은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은 말이다. 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건축과 관련된 책으로 이어지게 된.. 2016. 5. 27.
인생풍경 - 일생에 한번은 잊지 못할 풍경과 만나다 공감가는 글과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이 함께 있어 참 좋은 책이다. 한 일간지 여행담당 기자로 십수 년째 매주 여행을 다닌다는 그가 참 부럽다. 물론 그에게 여행은 즐거움일 수도, 때로 힘들고도 지겨운 밥벌이 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라도 일상을 여행으로 채울 수 있음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호사도 아닐 것이기에. 이 책에 담겨진 스물 일곱 곳, 한국의 최고미경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빼앗은 사진은 전북 무주 잠두길 풍경이었다. 모진 겨울 추위를 지낸 나무와 풀들이 연초록의 신록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즈음, 이른 봄날의 풍경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답다. 이때의 색이 가장 풍요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단풍이 절정에 치닫는 가을날 풍경도 물론 다채롭긴 하지만, 아직은 겨울티.. 2016. 5. 25.
국경을 넘은 한국사 -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발간되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KBS 기자 출신에 현재는 단국대 교수로 재직중인 안형환 교수의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일궈냈던 자랑스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안형환 교수는 한국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 특히 과거의 모습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부심은 어떠한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그 스스로도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는 약소국가이고 수백 번의 외.. 2016. 4. 27.
나를 치유하는 여행 - 여행작가 이호준의 여행에세이 여행의 여러 미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치유'가 아닐까.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속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상처가 덧나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면, 그 치열한 현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길들이 보이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굳이 고치려, 다듬으려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적한 길을 홀로 걸으며, 마주 오는 바람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노라면 구석구석의 생채기들이 마치 연고를 바른 듯 아물기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작가이자 시인, 이호준 작가가 새롭게 펴낸 책, 에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치유가 될 .. 2016. 4. 7.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집 포스팅을 남긴 지 한달이 훌쩍 흘렀다. 돌아보니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신없음에 제대로 된 내 삶의 싸이클을 놓아버린 무책임함이 더욱 크다.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빴던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핑계일 뿐이니 그저 심기일전해서 다시 일상의 궤도로 복귀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주라는 새로운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라는 에세이다. 1962년 도쿄 출생의 영화감독이자 TV 프로듀서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사람이 썼다. 보통의 에세이란 것이 다 그렇겠지만 이 책 역시 작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책 속에 담겨진 글을 통해 지은이의 삶을 유추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 2016. 2. 15.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모처럼 읽게 되는 최갑수의 책이다. 색다를 것 없는 여행 에세이지만, 이번에는 장연정 작가와 함께 한 1년의 세월이 사진과 글로 담겨져 있다. 그의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은 없지만,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의 일상을 책을 통해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다, 워낙에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다 보니 손에 잡은 지 몇 시간만에 뚝딱 다 읽었다. 무슨 의미일까를 한참 곱씹어 봐야 하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좋다. 굳이 사진이 뜻하는 바를 머리 아프게 유추해 볼 필요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읽히는 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족하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해외의 오지 여행기도 아닌, 1년이란 일상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도 뛰어난 능.. 2016. 1. 10.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 - 리노하우스 프로젝트 우리는 '러브 하우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우중충했던 집이 온기 넘치고 화사한 새 집으로 변신하는 기적을 본 적이 있다. 집의 모양과 분위기에 따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집의 변신이 안겨 주는 따뜻함에 감동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길 기대하기도 했다. 그 기적같은 변화의 주인공이 내가 된다면 어떨까? 판박이처럼 닮은 아파트 라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도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고, 따스한 온기가 넘치는 거실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이 있는 풍경을 만들어 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지 않은가. 여기 그런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에는 오래된 단독 주택을 리노베이션하는.. 2016. 1. 6.
홀가분한 삶 - 나다운 삶을 모색하다 누구나 홀가분한 삶을 원할 것이다. 자발적인 의지로 번잡스럽고 어지럽게 살고 싶은 이는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모진 세파에 부대끼며, 인생의 질곡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좀더 나은 노후를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우리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해야 하고, 누군가를 넘어서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진 것이 많아지고, 좀더 큰 집에 살게 되길 희망한다.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 현재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결국은 이런 논리인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혹은 당연히 누러야 하는 행복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번 양보해서 젊어.. 2016. 1. 4.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변화 단언컨대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최고다. 문장이 아름다워서라거나, 뭔가 거창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지금껏 고민해 왔던 것들, 그리고 바꾸어 나가고 싶던 것들이 이 책속에 있어서다.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도 나와 있고, 그 해법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니 이쯤되면 최고의 책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본에서 편집자이자 중도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사키 후미오가 쓴 는 책 표지부터 지은이의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가구와 치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빈 방을 환한 햇빛이 가득 채우고 있다. 넓은 여백은 맥북 에어 하나와 안경, 지갑, 그리고 정갈하게 세탁된 이부자리가 딱 필요한 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흡사 갓 이사 와서 아무 것도 없는 자취생의 방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방은.. 2015. 12. 31.
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일도 생긴다. 데이미언 톰슨이 지은 은 책과 함께인 집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을 채워 보려 샀던 책이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지도 않던 인테리어 책을 읽게 된 셈이다. 책 인테리어 라는 용어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집의 구석구석을 인테리어 함에 있어서 책의 효용을 제대로 드러낸다. 책이라기 보단 잡지를 읽는 느낌이 강했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대한 설명이 뒷따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기는 아주 편하다. 이백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사진 하나하나, 글귀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며 읽는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을 것.. 2015.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