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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耽溺165

작심삼일 열번만 하면 뭔가 거창한 목표를 세워 단기간에 달성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습관처럼 몸에 배거나 심리적 강박으로 작용해 이것을 이루지 않고는 다음은 없다라는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할 것 같은데. 8.3퍼센트 정도의 시간을 소비한 시점에서 한달 간 쉼없이 꾸준하게 지켜왔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새해를 앞두고 결심했던 여러 가지 가운데 이미 작심삼일이 되어 흐지부지된 것도 있고,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나름 선방한 것도 있지만 결코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하는데, 내게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몸과 마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음주의 유혹을 잘 버텨내고 있는데 과연 좋아진 건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몸이 좋.. 2023. 1. 30.
자본주의의 노예로 산다는 것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연동시켜 두었었다. 포스팅한 글에 치렁치렁 광고가 매달리는게 보기 싫어서 본문의 상단과 하단에만 뜨도록 설정을 해두었었는데 최근에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몇 달 전에 비해 눈에 띌만한 수익의 변화가 포착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수익금이 산정된다고 설명은 되어 있지만 요즘은 하루에 고작 많아봐야 2,3백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도 한, 두달 전과 비교해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건 지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애드센스였지만 의외로 쏠쏠한 수익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섣부른 기대가 생겨 오늘 아침에는 테스트 삼아 전체 자동광고까지 설정을 해두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역시나 보기 싫었다. 본문은 물론 블.. 2023. 1. 28.
좋은 일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연휴가 길수록 출근길이 힘든 건 불변의 진리다. 닷새만의 출근길 풍경이 조금은 생경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과정을 무한반복해야 할런지 그 끝이 쉬 짐작되질 않는다. 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의미없는 노동을 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도대체 이걸 무엇 때문에 해야 하나? 이런 의문을 품고 하는 일의 끝에 얼마나 큰 성취가 있을 지 의문이다. 좋은 일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났다 하더라도 실패의 과정에서도 분명 우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 밥먹고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할 수 있는 일. 마침내 끝냈을 때 뿌듯함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 정녕 그런 일을 만나는 .. 2023. 1. 26.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꽤나 오래된 취미 가운데 하나가 이름짓기다.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아마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 가졌던 의문 중의 하나가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름이 왜 그렇게나 많을까 하는 것이었다. 휘(諱)라는 것은 원래 왕이나 제후 등이 죽었을 때 생전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에서 생겨났는데, 이후에는 생존해 있는 사람의 이름 자체를 휘라고 부르며 자(字)나 호(號)를 지어 이름 대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풍속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의 이름난 명사들은 그 본명 보다는 호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율곡, 퇴계, 추사, 다산 등등이 다 그렇다. 깊이 있는 친구 사이의 사귐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로 유명한 오성과 한음 역시 이항복과 이덕형이라는 조선 선조 때의 명신들의 호로 원래 이름보다 일.. 2023. 1. 25.
눈 감았다 뜨니 한 달이 흘렀네 검은 토끼(黑卯) 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매년 새로운 해를 앞두고는 뭔가 다짐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들곤 하는데, 그 결심이란 것 또한 유효기간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 법이라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이다. 2023년에는 사실 큰 욕심이 없었다. 방치되다 시피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따뜻한 훈기를 불어넣자. 매일 짧게라도 글을 쓰자. 한쪽이라도 좋으니 책 읽는 습관을 들이자. 뭐 이런 것들이다. 그간의 다짐과 다른 것이 있다면 쉬 지치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있었다는 것 정도. 1월의 끝자락에 온 지금까지도 꽤나 열심히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알 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봄처럼 따뜻한가 싶더니 매서운 북극한파가.. 2023. 1. 24.
봄이 내려앉은 여울에서 만나기를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 풍경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 처절한 연둣빛 색감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까닭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수면 위에 봄뫼의 생동하는 빛들이 내려앉았다. 그로부터 매년 봄이면 늘 이곳을 꿈꾼다. 전북 무주에 있는 잠두길은 이른 봄날의 전령사처럼 내 마음에 다가온다. 어서 오라고. 여기 봄이 내려앉은 여울에서 기다리고 있노라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육신의 고달픔 때문인지 식어버린 열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그렇게 매번 다가오는 봄을 무심코 보내고만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올 봄은 다를 것이라 다짐해본다. 매년 봄이 온다지만 그 풍경 또한 매번 다를 것인데 더 늦지 않게 마음에 담아 두었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지. 잠두길, 벼룻길, 학.. 2023. 1. 20.
너도 곧 나를 떠나겠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들였던 아이맥은 결국 좋은 주인을 찾아 떠났다. 어차피 결말은 이럴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후회는 없다. 겪어봐야만 수긍할 수 있다는 억척스러운 삶의 어리석은 신조는 아마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통장에 돈이 한푼 두푼 모이는 재미에 뭐 팔 것이 없나 찾아보다 아이패드 미니가 눈에 띄었다. 딱히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나 갖고 있으면 가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존재. 그런데 이건 데이터쉐어링 유심까지 발급받은 상태라 해지하고 뭐 하고 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킵해 두었다. 지금 당장 구미를 당기는 급한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계륵 역할로 잠시 더 내곁에 머물러도 좋겠다. 태블릿이며 노트북이며 여러가지를 놓고 생각해 보니 그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 2023. 1. 19.
변하지 않아서 고마운 것들 봉화를 거쳐 울진까지 모처럼 1박 2일의 출장을 다녀왔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밥 한끼, 차 한잔 나누는 것도 즐거웠고, 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는 풍경들을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근 15년만에 다시 찾은 덕구온천 근처의 순두부집 그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맛때문에 감격했다. 구산리에서 사십여분을 운전해 온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바로 그 맛. 언제고 다시 오리라는 약속을 했지만 다음 번이 언제가 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다음달이 될 수도 있고, 또 한 십여 년이 또 흘러야 할 지도.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맛 그대로 잘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3. 1. 18.
그곳에 우리가 있다 - 머리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며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글귀입니다. 피사체에 불과했던 풍경들이 어느새 오래 마음에 남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늘 그리워하고, 떠올리면 절로 마음이 설레는 곳들입니다. 어느 때고 다시 찾아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는 매력으로 반갑게 맞아주겠지요. 좋은 곳들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오래전 나를 일깨웠던 날카로운 카메라 셔터음처럼 모자란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봄비처럼 스며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함께 풍경을 거닐면서 그대 마음의 생채기들이 아물기를, 사막처럼 황량한 마음에 푸른 나무숲이 생겨나기를 빌어 봅니다. 우리의 여행은 떠나는 .. 2023. 1. 1.
중년의 독서 - 책머리 지방의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넓은 들 한복판에 띄엄띄엄 농가들이 점點처럼 박혀 있어 독가촌獨家村이라 불렀다. 또래 아이들도 많았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뛰어다니면 ‘놀 거리’가 지천으로 늘렸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에야 집에 전기가 들어왔다. 호롱불 아래 저녁을 먹던 기억이며, 바느질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모님께서는 벼농사에 밭일, 특용작물까지 바쁜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으셨다. 학교에 가거나 시내에 있는 큰집에 가서야 책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큰집에 갈 때면 책꽂이에 가득 찬 책들을 읽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서른 중․후반부터 책에 탐닉耽溺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을 인생의 중년中年이라 부른다. 남자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부르는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2023. 1. 1.
한국의 산사 기행 - 책머리 오래된 절을 좋아합니다. 신심 깊은 불자도 아니요, 불교에 조예(造詣)가 깊지도 않지요. 교류하는 스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왜 절을 찾아다니는 지 선뜻 답하기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절을 다녔습니다. 조계종 본사와 같은 큰 절에서부터 깊은 산골에 은거하고 있는 암자까지 수백 여 곳이 넘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부터, 오래된 목조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한 느낌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곳에 들어서면 번잡한 속세의 일상을 금세 잊어버릴 수 있고, 수많은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있던 나를.. 2023. 1. 1.
혼자라도, 함께라서 좋은 - 프롤로그 다시 책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몇 해 전 첫 책이 나왔을 때의 기쁨과 설렘도 잠시, 이후의 부담감과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이 무모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책 한권 내고 싶다’는 오래되고 지치지 않는 꿈 때문이다. 진정 좋은 것은 질리지 않는다. 어느 때고 다시 찾아도 친근함으로, 혹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는 매력으로 우릴 맞아준다. 혼자라도 좋고,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들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과 사진들을 쓰고 찍었다. 욕심을 버리려 애썼지만 차고 넘친다. 소망했던 눈높이에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조용히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작은 서점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여가다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괜찮다. 혹시나 어느.. 2023.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