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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4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내 몸과 마음 하나 온전히 지탱하며 살아가는 걸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걸 보면.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집단주의 체제가 남긴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끊도 없는 무한 경쟁 속으로 떠밀리는 지금의 상황으로도 이해해봄 직 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간에 우리가 힘들고 아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겪어 왔던 특수한 사회구조는 오랜 세월을 지나며 우리 몸속에 독특한 DNA를 남겼다. 세상은 우리에게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을 요구한다. 회사에선 유능한 일꾼이 되어야 하고, 집에서는 훌륭한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을 빠짐없이 잘 챙겨야 그제서야 '사람 .. 2018. 12. 26.
'Caro mio ben' 모처럼 집중해서 영화 한편을 봤다.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등이 좋은 연기를 펼친 '침묵'이란 영화. 사실, 영화의 내용의 단순하다. 생애 가장 좋은 날에 어처구니 없게 맞이한 최악의 순간.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최민식은 결국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부성애를 한껏 드러낸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영화가 기억나는 것은 극의 후반부에 최민식이 이미 죽어버린 약혼녀 이하늬를 떠나 보내는 장면에서 나오던 음악 때문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약혼녀가 아니라 약혼녀를 쏙빼닮은 여자였지만, 최민식이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하늬가 눈물을 흘리며 "괜찮아" 하던 그 장면.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때맞춰 흘러나온 'Caro mio ben'는 이 영화의 백미를 그렇게 더.. 2018. 12. 26.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소년 시절부터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개인주의자였다. 요령껏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는 편이지만 잔을 돌려가며 왁자기껄 먹고 마시는 회식자리를 힘들어하고, 눈치와 겉치례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판사가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하다니 뻔뻔스럽다고 여길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에서 발전시킨 민주주의 법질서를 공부하고, 이를 적용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법관에게 개인주의는 전혀 어색한 말이 아니다.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2018. 12. 16.
나를 닮은 집짓기 -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 프로젝트 남은 생에 이루고 싶은 몇가지 꿈이 있다. 풍광 좋은 땅에 내가 그려온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일도 그 중 하나다. 그것이 언제쯤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상상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니 나는 틈만 날 때마다 관련된 책을 사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보기도 한다. 최소한의 돈이 모아지고, 지금과 같은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의 무모한 도전도 완성을 볼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여기 나보다 한참 먼저 길을 간 사람이 있다. 꿈꿔왔던 동해안 시골에 집을 짓고 얌전한 시바견 한마리와 살아가고 있는 박정석이란 여인이다. 처음에 이름을 보고선 남잔줄 착각했었는데, 책 속의 사진을 통해 여리여리한 여자사람인 줄 알고는 놀랐다. 또 하나 놀랐던 건 그런 그녀가 .. 201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