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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4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산사에서 만나는 눈부신 고요와 적멸의 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스며들어 있다. 이산하 시인이 펴낸 에는 5대 적멸보궁,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이름난 고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만족스런 산사 기행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인답게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적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평이나,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는 안도현 시인의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인.. 2017. 1. 11.
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작가 이병률에 대한 독자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라 보면 될까. 이병률 대화집이라는 것이 나왔다. 제목은 다.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병률과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자연스레 귀가 트이리라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은 북노마드 대표로 책을 만들고 있으며 틈틈이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윤동희라는 사람이, 시인이자 여행작가이며 역시 책을 만들고 있는 이병률이라는 사람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철저히 이병률이라는 한 사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만은 그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병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가 펴낸 세 편의 여행산문집을 읽어본 인연으로 그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 2017. 1. 9.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 놓는다. 이것이 이기주 작가를 설명하는 말인 듯 하다. 짤막한 이 글귀에서 부러움이 느껴진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요즘같은 세상에서 분명 부러운 일이다. 이기주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과 글에 온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지각 있는 사람이요 깨어 있는 식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기주 작가가 쓴 라는 책을 읽어가며 처음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속에는 담백한 에세이들이 잔뜩 실려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글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접하게 되는 풍경 속에서 느낀 감정.. 2017. 1. 4.
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제주도. 이름만 들어도 언제든 떠나고 싶어 지는 곳이다. 여러번 다녀 왔지만 여전히 만나보지 못한 풍경과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제주도에 일주일 살아보기, 한달 살아보기 이런 것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그만큼 제주도란 섬이 가진 매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곳에서 나고 자란 허지숙, 허지영 자매는 부러운 사람이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위해 6년간 제주로를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남겼던 사진과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란 제목의 이 책에는 제주도 사람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숨겨진 비경들이 많이 있다. 책에 담겨진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그 풍경 속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그녀들의 사진은 사진학 개론이나 이론서에 나와 있는 잘 찍.. 2017.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