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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점점 닫혀진 공간이 되어가는 양동민속마을

by 푸른가람 201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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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겨울 양동마을을 찾았을 때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다시 찾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올들어 최악의 황사가 불어온다는 날이었다. 황사 때문에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고, 그래서 한적하게 양동민속마을 구석구석을 제대도 둘러볼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가 내심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황사가 불어 닥치나, 개의치 않고 잘들 다니는 것 같다. 양동마을 모습은 몇해 전과 비슷하다. 경치좋은 언덕 위에 서 있는 오래된 양반집 고택들이 아래쪽 평민들의 초가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늘 받게 된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후 이곳저곳에서 정비를 해나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린 시절부터 경주에서 이십년 이상을 살다보니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양동민속마을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도 이곳을 와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동마을로부터 마음이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에는 좀 달라질까 기대했었지만 여전하다. 이곳을 모르던 사람들은 많이 끌어당기고 있지만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오히려 내쫓고 있는 것 같은.

 

 

 

 


양동민속마을은 2010년 7월에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물론 양동마을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니 분명 기분좋은 일이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양동민속마을은 더욱 더 닫힌 곳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집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닫아 놓지 않더라도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도 지킬 건 지켜줬었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일부로 문을 닫아걸 이유도 없었다. 모든게 평화로웠고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약속이 지켜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많아진 게 결국 양동마을이 점점 더 폐쇄적이고 닫혀진 마을이 되어가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도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면 많은 경고판을 만나게 된다. 제발 집안의 물건들을 가지고 가거나 만지지 말아 달라는 부탁, 사람들이 기거하는 공간이니 제발 훔쳐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부탁이라고 할 것도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가 아닌가. 예전에 양동마을이 널리 알려지기 전에는 그저 이곳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하나의 관광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갈수록 닫혀진 공간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양동민속마을. 사실 양동마을의 진수는 닫혀진 공간 안에 숨어 있다. 이대로 자꾸만 닫아둘거면 사람들은 과연 이 마을에 무엇을 보러 가야 하는 것일까. 장삿속만 늘어가는 식당에 들러 칼국수 한그릇, 막걸리 한사발 시켜놓고 그저 멀리서 수백년 넘은 고택들을 한번 둘러보고 가면 족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답답해진다. 

* 관련 글 보기
자연과 어울어진 유서깊은 경주 양동민속마을 : http://kangks72.tistory.com/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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