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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도심속의 섬 중촌동 거리 미술관으로 변신하다

by 푸른가람 201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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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대략적인 위치는 확인해 보고 떠난 길이었지만 꽤 많이 헤맸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교훈 하나. 여행 떠나기 전 준비는 철저할 수록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며 기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네비게이션 보단 역시 지도를 보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히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굴뚝 위에 있는 수도꼭지 찾으러 애쓰던 기억이 지금도 나네요.



대전시 중촌동은 거주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은 곳입니다. 호남선과 대전선 철길이 지나고 앞으로는 대전천, 뒤로는 중촌고가도로로 막혀 있어 도심속의 섬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직접 가봐도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집들이 인근의 도로 보다 낮은 곳에 자리하다보니 확실히 주민들로서는 생활이 편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곳이 지금은 거리 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대전시에서 대전시 중촌동 임대아파트와 대전선 철로길 주변을 공공미술로 가꾸는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한해동안 추진해 드디어 지난해말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한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이 일대의 골목과 담벼락, 계단 등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마쳤습니다.




곳곳에 거리미술 작품 총 22개가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동피랑이나 청주 수암골, 대전 대동벽화마을 등에 비해서는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마을이 아니라 하나의 거리에 조성된 미술관 성격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중촌동 거리미술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바로 '물뜨는 곡예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흉물처럼 방치됐던 임대아파트 굴뚝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커다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곡예하듯 굴뚝에 매달려 받고 있는 곡예사의 모습이 참 이채롭습니다. 중촌동 거리미술관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릴만 합니다. 물론 이 조형물도 멋지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그림과 조형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또 행복해 보이는 강아지인 것 같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어린애들이 봐도 무섭거나 위압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또하나 거리미술관이 시작되는 부분에 있는 새싹 조형물입니다. 파릇파릇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뒤에 보이는 파이프는 벌레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기발한 발상입니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이란..



예술이라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림 몇 점, 조형물 몇개 만으르도 거리와 마을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가 있으니까요. 아마도 이런 바람직한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전국의 벽화마을이나 거리 미술관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저처럼 사진을 찍으러, 혹은 구경삼아 찾아오는 사람들은 늘어나겠지만 그로 인해 주민들이 괜시리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 불편만 감수하게 되는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에겐 그저 잠깐동안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삶의 공간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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