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이제는 오를 수 없는 병산서원 만대루

by 푸른가람 2011. 2. 11.
728x90


병산서원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하회마을 부근에서 낙동강을 따라 난 비포장길을 한참 들어가면 이 아름다운 서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병산서원은 건물 자체의 건축미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국 서원 건축의 백미로 일컬어질 정도라고 합니다.



굳이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곳에 서면 누구나 마음에 감동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병산서원을 향하면 마주하게 되는 풍경입니다. 멀리 복례문이 보이고 양 옆으로 배롱나무가 도열해 있습니다. 붉디붉은 배롱꽃이 꽃망울 터뜨리는 계절이면 더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하게 됩니다.



서원은 통상 강학과 제향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병산서원은 크게 네개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복례문과 광영지, 만대루가 서원에 들어서는 진입공간이라고 한다면 입교당(강당), 동재와 서재는 강학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학공간 안쪽으로는 신문, 존덕사, 장판각, 전사청 등 제사를 모시기 위한 제향공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병산서원에서 특히 마음에 들어하는 두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광영지와 만대루 입니다. 광영지는 복례문을 지나 서원 안쪽으로 들어오면 좌측 편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 타원형의 형태를 띠고 있고 연못 안에는 직경 1m 정도의 작은 섬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가을철에 배롱나무꽃이 이 광영지에 떨어지는 모습이 아주 황홀하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만대루 이지요. 만대루는 복례문과 입교당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서원의 누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동서간 길이가 20m이며 1층은 기둥만 세우고 2층 누각은 창호와 벽이 없이 완전하게 개방된 형태입니다. 이 만대루에서 유유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얼마전부터는 이 만대루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보니 훼손을 우려한 조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당연하게 여겨야 하겠지만 이 아름다운 만대루를 오를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드네요. 병산서원을 찾게 되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만대루에서 번잡한 세상을 잊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게 되었지만 만대루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만대루의 만대라는 이름은 당나라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 대할만 하니' 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늦은 오후의 따사로운 빛이 비치는 만대루가 제격이 아닌가 싶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