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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비로봉 중턱에 자리잡은 천년 가람 비로사

by 푸른가람 201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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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소백산의 비로봉이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영주 비로사. 익히 이름을 들어봤던 절이라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는 조금 쇠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삼가리 탐방지원센터에서 걸어서 삼십분 정도를 올라가는 수고를 한 것 치고는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비로사는 비로봉을 오르는 등산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굳이 비로사만을 찾아 이곳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신자에 한해 차량을 이용해서도 비로사에 당도할 수 있으니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이면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산을 오르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불필요한 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로사는 통일신라시대때 창건되었으니 천년이 훨씬 넘은 고찰이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소실되고 훼손된 것이 많다보니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법당과 요사채가 전부일 정도로 소박한 규모다. 게다가 그 남아 있는 건물마저도 최근에 지어진 것이라 천년 고찰의 멋스러움을 느끼기에도 무리가 있다.


비로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면서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깨어져 한쪽 구석에 모아놓은 돌들이었다. 예전에는 어느 석탑이나 중요한 구조물의 한 부분이었을 것들이 지금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 그에 어울리는 의미를 되찾게 되었음 좋겠다.



적광전 앞에 서서 소백산을 바라다보니 전날 내린 눈이 녹지않은 비로봉만이 유독 하얗게 도드라져 보인다. 날이 따뜻해지면 언젠가 소백산에도 한번 올라봐야겠다. 철쭉으로 유명한 소백산이니 봄도 좋을 것 같고, 한여름 희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무언가 정제된 조형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적광전 앞의 석탑을 한참 살펴봤다. 전문 석공의 솜씨는 분명 아닌듯 보인다. 문득 지난 가을에 다녀왔던 전라도 화순땅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이 오버랩된다. 그 모양이 조금 못나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일지니. 잔설이 남아 있는 소백산 비로사 일주문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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