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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엔씨소프트,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by 푸른가람 201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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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진출을 계획중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이전에도 프로야구판에 기웃거리며 이른바 '간을 보는' 기업들(이중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것도 있었지요)은 여럿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재계서열 5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도 아니니 또한번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명확해져 보이네요. 엔씨소프트의 창단 의향서 제출에 이어 해당 지자체인 창원시에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입니다. 일본 히로시마 구장을 벤치마킹한 수용규모 3만 이상의 전용구장을 바닷가 근처에 신축하고 이를 20년간 장기임대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구장 이름까지도 구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건 사실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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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측은 이곳에 호텔을 지어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닌 복합문화레저시설로 조성해, 장기적으로 흑자 운영을 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고 나서기에 이릅니다. 한쪽에서 북치면, 한쪽에선 장구치고 춤까지 쳐주는 형국입니다. 지금 분위기 대로라면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은 말그래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참가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엔씨소프트라는 기업 자체의 자금능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현대의 몰락 이후 프로야구의 '뜨거운 감자'로 전락해 버린 히어로즈의 사례를 보자면 무엇보다 모기업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은 아직까지 자생력이 취약한 국내 프로야구단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창단 의지나 자금 능력 여부를 떠나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프로야구단 창단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기업이 더 있다는 게 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바로는 재계 순위 50위권 안에 있는 탄탄한 기업 한 곳과 인지도 있는 IT 기업이라고 하는데 워낙에 창원시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풀고 있어서 이 두 곳 역시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WBC 준우승와 베이징올림픽 우승, 최근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국제대회에서의 멋진 활약과 여성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야구단의 마케팅이 빛을 보면서 프로야구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몇해 전만 해도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다시피 해야했지만 이젠 과연 어느 팀이 프로야구단 창단 의지가 강하고 운영능력이 될 지를 저울질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분명 기분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외적인 성장에 치중해 내실을 등한시해서는 안됩니다. 기업들이야 언제든 경기 상황에 따라, 혹은 주주들의 판단에 따라 프로야구판에서 발을 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쓰라린 배신과 버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언제까지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프로야구만의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KBO나 야구인들이 잊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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