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악~소리 나게 만들었던 월악산 가을 산행의 추억

by 푸른가람 2010. 8. 10.
728x90

저는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닙니다만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하고 난 이후로는 그냥 싫더군요. 제가 군생활을 했던 부대는 강원도 양구에 있는 예비사단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산에서 사는 부대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이 즐비한 강원도의 산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두세번씩 보내고 나니 자연스레 산이 싫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부러 산을 찾아가지는 않겠노라 했었는데 어떻게 또 산에 오를 기회가 생겼습니다. 행선지는 월악산. 전국에 많고 많은 산 중에 하필 월악산이었을까요? 월악산은 설악산, 치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삼악(三嶽) 가운데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험한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힘들어서 악~ 경치가 너무 좋아서 악~ 소리가 난다고 해서 월악산이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아침 일찍 덕주사를 출발해 주봉인 영봉을 거쳐 오후 늦게야 동창교에 당도하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던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만큼 좋더군요. 단풍이 물들어가는 덕주사 계곡의 그림같은 풍경하며, 영봉에 오르기 까지 끝이 보이지 않던 수많은 계단을 보며 좌절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마침내 영봉에 올라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풍경에 탄복하고는 따뜻한 가을볕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일행들과 맛난 점심식사를 즐겼습니다. 눈을 들어 산 아래를 보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빛깔이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이래서 힘들지만 정상을 오르는 것이겠지요. 그 어떤 것도 노력이나 희생이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나 봅니다. 특히 자연 앞에서 인간은 특히나 더 겸손해야겠지요.




까닭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이전부터 강한 끌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월악산 산행을 택했던 것이지요. 제가 한 커뮤니티에 월악산에 대한 정보를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반응들이 참 일관적입니다. 힘들다는 것과 또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이죠. 앞으로 누가 산행할만한 산을 알려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월악산을 얘기할 것 같습니다.



월악산 입구의 덕주사 계곡입니다. 계곡의 물소리와 가을빛깔이 산행의 시작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등산로를 따라 영봉을 향해 올라 갑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더군요. 사람들의 뻥이 좀 심했구나 하면서 중간중간 쉬면서 월악산의 가을 풍경을 만끽했지요. 군데군데 계단이 나타나긴 하지만 아직까진 견딜만한 수준입니다.



월악산 산행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영봉 코스일 겁니다. 앞서 누군가가 얘기했던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말입니다. 정말이지 도대체 어디가 끝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래에서 영봉을 볼 때면 그다지 높아 보이지도 않고,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던데 해발 1,097m의 영봉은 쉽사리 제 모습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영봉의 암벽 높이만 해도 150m에 달한다고 하네요.



계단 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구경하며 힘을 내 봅니다.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한걸음 두걸음 옮기다보니 드디어 저 멀리 영봉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이네요.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입니다. 비록 뿌연 안개 때문에 충주호 풍경은 구경할 수 없었지만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정말 최고더군요.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든 법이지요. 영봉에서 멋진 풍경에 취해 한참을 머물다 끼니까지 해결하고 내려오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송계삼거리에서 동창교까지 겨우 2.8km인데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끝없는 내리막길의 연속입니다. 무릎이 시큰시큰합니다.





차라리 오르막길이 낫겠다 싶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지친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드디어 동창교가 보이네요. 산 아래서 멀리 영봉을 바라보니 내가 정말 저 곳을 올라갔다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랐다 내려오는데 꼬박 한나절이 걸리긴 했지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도 경치거니와 그 속에서 행복한 추억 하나를 남기게 됐으니까요.









내장산 단풍이 아름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월악산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어느새 월악산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서 악~ 아름다운 경치에 탄복하면서 악~. 이렇게 하루종일 악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던 월악산 산행을 마무리하며 산 아래 식당에서 먹었던 능이버섯전골과 감자전의 깊은 맛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했던 2009년 가을의 월악산이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