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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아름다웠던 '천하명승 내장산'의 가을단풍

by 푸른가람 201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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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이면 가을날의 서늘한 기운이 그리워진다. 그 청명한 가을 하늘이며 울글불긋한 색의 향연이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의 내장산이 불현듯 떠오르는 이유다. 왜 다들 "단풍하면 내장산"이라고들 하는지 직접 가보면 굳이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내장산 단풍은 여타 이름난 단풍 명소와 비교해도 탁월했다.




가을이면 왠만한 산, 계곡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기 마련이지만 내장산처럼 온통 단풍나무 천지인 곳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나무들, 아직 파란 빛도 있고, 발그레한 빛도 있고, 완전히 농익은 빨간 빛도 있었다. 말 그대로 온통 색과 빛의 향연이었다.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보람을 제대로 누릴 수 있었다. 아직 단풍이 절정을 이루기엔 조금 이른 시기였는데도 내장산국립공원 주변을 차로 이동하는 내내, 그리고 직접 걸어서 내장사에 이르는 내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이 시간에 내가 이곳에 있어 이 멋진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었다.





워낙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단풍 명소이기에 단풍 행락객들의 인파는 끝이 보이질 않았다. 하염없이 순환기차를 기다리고, 중간중간 인파에 떠밀리면서도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나 혼자만이 이 진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고픈 욕심은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테지.




아름다운 단풍을 보는 재미에 빠져 도착한 백제고찰 내장사는 소박함 속에 우아함이 느껴지는 그런 절이었다. 옛 내장사는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때인 660년에 초창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현재 내장사는 본래 영은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라 한다. 임진왜란때 다시 소실되었다가 중창되었으나 6.25때 전소되는 등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와 그 길을 같이 한다.







내장사 경내에 들어서면 '천하명승 내장산'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과연 천하명승이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내장산국립공원의 봉우리들이 내장사를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다. 내장사에서 시작되는 생태탐방로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똑같은 시간인데 즐거운 때에는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 버리는 것인지.






다시 언제 내장산의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 지 기약하기 어렵다. 이렇듯 마음속에 늘 품고 살다보면 언젠간 그 아름다움을 다시 맛볼 수 있을 날이 분명히 올 거다. 내장산을 지척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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