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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2002년 한국시리즈를 추억한다.

by 푸른가람 200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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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꼽으라고 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삼성팬은 나로서는(아마 삼성팬이 아닐지라도 이처럼 극적인 게임은 없었을 듯) 2002년 한국시리즈를 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무관의 제왕. 최강의 전력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밥먹듯 하면서도 정작 한국시리즈에만 나가면 작아지던 삼성으로선 재앙과도 같았던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의 악몽이 오버랩되던 2002년 한국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2년연속 직행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힘겹게 치르고 올라온 LG와 만났다. 객관적 전력에서나, 체력적인 면에서나 삼성은 몇걸음 앞서나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한국시리즈 승리의 여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구에서 1승씩을 나눠가진 삼성과 LG는 잠실로 자리를 옮겨 자웅을 겨루었다. 잠실 3연전은 마해영의 활약이 빛난 삼성이 2승을 따내 시리즈 우승에 단 1경기만을 남겨두고 홈인 대구로 돌아왔다.

그 어느때보다 승리에의 확신이 컸던 6차전이었다. 초반은 엎치락 뒤치락 혼전 양상을 보였다. LG가 최동수의 홈런포로 앞서가나 했더니 삼성은 박한이의 홈런포와 진갑용의 적시타 등으로 따라 붙었다. 승리의 추가 급격하게 LG쪽으로 기운 건 중반 이후부터. 삼성은 마무리 노장진을 급한 마음에 서둘러 마운드에 올렸지만 몸이 덜풀린 노장진은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패배의 기운이 대구구장을 휩싸고 돌았다. 6차전을 놓치면 분위기상 7차전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는 9회말에 접어 들었다. 스코어는 9:6으로 LG가 3점차로 넉넉하게 앞서 나갔다. 마운드엔 드디어 LG의 마무리 '야생마' 이상훈이 등장했다. 대구구장의 일부 관중들이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야구장을 빠져 나가든 무렵, 김재걸의 2루타가 터졌다. 이어 브리또의 볼넷으로 1사에 주자는 1,2루. 타석에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등장했으나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시리즈 타율 1할타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승엽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스타는 빛나는 법이다. 기어코 이승엽은 이상훈의 밋밋한 변화구를 통타해 9:9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주문했던 이승엽의 바람대로 이날 경기는 마해영의 극적인 한국시리즈 첫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삼성이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훌훌 털어내며 끝을 맺었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날처럼 극적인 경기는 없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 본다. 그날 그 경기는 단순한 한 경기기 아니라 21년을 눈물속에 참고 기다려온 사나이들의 열정이 묻어있었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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