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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숨겨진 안동의 명소, 체화정에서 여름 꽃놀이를 즐기다

by 푸른가람 2018.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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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면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기에 웬만한 곳은 쉬 지나치기 쉽다. 오늘 소개하려는 체화정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변에 이렇다할 표지판도 없으니 그저 아는 사람만 때를 놓치지 않고 찾는 그런 곳이 되고 말았다. 안동의 '숨은 명소'라 할만 하다. 체화정은 안동시 풍산읍에 자리잡고 있는데 안동 시내에서 하회마을이나 병산서원을 가는 길목에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하회마을을 갈 때도 새로 난 큰 길로 가기 때문에 더욱 이 곳이 외롭다.

체화정의 규모는 크지 않아 그저 소박하고 아담하다. 이 자그마한 정자는 조선 시대에 아주 우애가 깊었던 이민적, 이민정 형제가 살았던 곳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진사 이민적이 영조3년인 1761년에 지어, 형인 이민정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형제가 함께 살았으니 원래는 보다 큰 집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작은 정자 한채와 정자 앞의 연못 정도일 뿐이다. 체화란 형제의 우애와 친목을 뜻한다고 한다. 정자에 걸려 있는 체화정이란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었던 유정원의 친필로 전진다. 체화정 뒤에는 김홍도가 쓴 것이라 전해지는 담락재라는 현판이 하나 더 있는데, 평화롭게 화락하게 즐기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체화정 앞에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에 작은 섬이 세 곳 있다. 인공섬의 이름은 삼신섬인데,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각각 뜻한다고 한다. 예전에 비해 그나마 정비가 되긴 했지만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 연못을 건너는 다리도 두 곳이 있는데 어설프게 콘크리트로 만든 모양새가 볼품 없다. 안동에 관리해야 할 문화재가 워낙 많으니 아직 이곳에까지는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체화정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한여름에 활짝 피어나는 배롱나무 꽃의 화려함 때문이다. 체화정 주변에는 배롱나무 여러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이맘때쯤이면 만개해 체화정을 환히 비쳐주는 듯하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살펴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풍산읍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한번 꼭 들러보길 권해 드린다. 특히, 배롱나무 꽃이 붉은 자태를 뽐내는 7, 8월이면 유명한 명소에 뒤지지 않을만큼 인상적인 풍경을 선사해 줄 것이다. 체화정의 뜻처럼 우애와 친목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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