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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몸 숨긴 프런트, 류중일 감독 희생양 만드나?

by 푸른가람 2016.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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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은 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삼성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꼴찌와 불과 반 경기 차 9위 자리에 있는 삼성이 한화와 자리 바꿈 하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3인방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됐고, 구자욱의 부상까지 길어지면서 이렇다할 전력 보완도 기대하기 어렵다.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이루는 동안에도 류중일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는 야구계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다. 전무후무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전임 선동열 감독의 후광 덕분이라고 애써 류중일 감독을 깎아 내리는 야구인도 있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이 1차적으로 감독에게 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도박 파동으로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KBO리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삼성팬들의 자존심에 '꼴찌'를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팬들의 비난이 더 거센 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화근이 됐다. 전력이 안정화되고, 팀이 잘 나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선수들도 보란 듯이 부활해 팀 승리에 기여하면서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문제는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다. 주전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가 퓨쳐스리그의 유망주들에게는 기회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열악한 2군 무대에서 땀흘리고 있는 그들에게 류중일 감독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부여했을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넥센의 염경엽 감독이 매년 새로운 얼굴들을 주전으로 키워내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선수 육성이 비단 감독만의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동기 부여의 측면에서 류중일 감독이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온전히 감독만의 책임일까? 삼성 못지 않은 전력 유출에도 불구하고 팀을 잘 추스려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과의 비교는 온당한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부진을 고스란히 류중일 감독에게 책임지워서는 안될 일이다.

 

삼성과 넥센 구단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안정된 전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삼성이었지만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에는 뚜렷한 외부 전력의 영입이 없었다. 오히려, 깐깐해진 평가 탓에 내부 FA까지 내주는 익숙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야구단 운영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 투자는 커녕, 손을 놓은 느낌마저 받게 된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삼성 프런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팬들의 지적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구단 매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라이온즈 역사상 최초의 페난트레이스 꼴찌의 불명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팬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는 구단이 나서야 한다. 감독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처한 위기를 감독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단 올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다. 팀 전력의 열세를 명확히 인식한다면, 차라리 가까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리빌딩에 돌입하는 것도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2016년 시즌 운영에 대한 명확한 비젼을 지금이라도 제시하고 행동에 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책임 공방은 시즌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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