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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황당한 스피드업 규정, "야구는 야구다워야 한다"

by 푸른가람 201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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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것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타자가 타석을 벗어났을 경우 스트라이크를 부여하는 스피드업 규정일 것이다. 주말에 열렸던 시범경기에서도 김경언, 이진영, 오윤 등이 새로 생긴 규정의 희생양이 되면서 야구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전대미문의 이 규정 자체가 야구규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야구규칙에서는 '투수의 정규투구로서 심판원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한 것을 스트라이크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투수가 던지지도 않은 공을 심판이 임의대로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 것 자체가 야구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형평성의 문제다. 토요일 한화와 엘지의 경기에서 김경언과 이진영이 스피드업 규정에 따라 삼진을 당한 데 이어 일요일 경기에서도 한화 오윤이 사상 초유의 '이구 삼진'을 당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날 한화의 김태균은 타석을 여러차례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은 단 한차례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주의조차도 준 적이 없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경기시간 단축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제야구계의 당면 과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루하게 늘어지는 경기시간은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의 집중력까지 떨어뜨려 야구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악재로 작용한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탈락된 이유 역시 국제 스포츠계에서 야구의 저변이 넓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야구의 경기시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야구계의 위기 의식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스피드업 규정은 야구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며, 시행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항상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구의 매력은 시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9회말 투아웃에서도 끝까지 역전의 희망을 안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KBO에서 이번 규정을 만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하는 점이다.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야구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논란이 불궈진 데에는 실제 경기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고 보여진다.

 

야구의 경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클리닝 타임을 없앤다거나, 연예인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시구를 대폭 줄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야구 자체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야구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투수가 던지지도 않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은 정규시즌 개막 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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