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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여유로움 속에 오래된 전통과 호흡할 수 있는 고령 개실마을

by 푸른가람 201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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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란 것이 비단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택, 전통마을과 같은 오래된 우리 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또한 어느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아마도 지난 수십년간 고도성장의 그늘 아래 현기증 날 정도로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사람들은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있는 개실마을 또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전통 문화마을 가운데 한 곳이다. 원래 개실마을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란 뜻의 개화실(開花室)에서 음이 변해 개실이 되었다 한다. 개실마을의 80% 정도가 전통 한옥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며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강동마을과 같이 이름난 전통 마을처럼 이 곳 개실마을 또한 선산 김씨의 세거지로 대대로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조선시대 무오사화 때 큰 화를 입었던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이 1650년 이 곳에 은거하며 터를 잡았고, 지금은 약 60여 가구가 전통을 지키며, 때로는 변화하는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고 있다.






개실마을은 지난 2010년 행정자치부의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한다.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이름난 전통문화 마을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마을사람들 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양반 체면에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었겠는가. 높다른 담을 낮추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것 또한 어려웠으리라.







노곤하게 느껴지기 까지 하는 봄 햇살을 맞으며 개실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그리 높지 않은 뒷산의 산세와 완만한 기와의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재료로 집을 짓고, 그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는 우리 건축에 담긴 철학과 미학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실마을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나처럼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함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깨워 주고, 도회지의 번잡한 삶을 살아왔던 이들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국의 수많은 전통마을들이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특색있는 볼거리로 명맥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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