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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우승' 노린다던 WBC 대표팀, 1라운드 통과도 불투명

by 푸른가람 201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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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차게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대표팀이 복병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당했다. 패배 자체도 아프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었던 경기 내용이 더 문제였다. 이 정도의 경기력과 집중력이라면 우승은 커녕 예산 1라운드 통과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출발부터가 좋지 못했다. 내야 수비에서 불안을 드러냈다. 네덜란드전 선발로 나선 국가대표팀 에이스 윤석민은 첫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잘 유도했지만 강정호의 송구가 원바운드 악송구가 되면서 타자를 2루까지 내보냈다. 이후 수비가 건실하기로 유명한 정근우의 실책까지 겹치며 1회에만 두개의 실책으로 위기 상황을 맞았다.

윤석민의 역투와 정근우의 호수비로 1회 실점 위기는 넘겼지만 이날 경기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한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난 1, 2회 WBC에서 한국야구가 4강과 준우승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물샐 틈 없는 탄탄한 수비가 기본이 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지훈련 내내 류중일 감독을 답답하게 했던 공격력 역시 터져주지 않았다. 산발 4안타에 그친 빈약한 타선으로 네덜란드 마운드를 무너뜨리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0-1로 뒤지던 4회 1사 1, 2루 기회에서는 이대호와 김현수가 범타로 물러났고, 3점차로 점수차가 벌어졌던 7회 무사 1,2루에서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만회점을 뽑아내는 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중심타선의 부진이 뼈아팠다. 김태균, 이대호, 김현수로 클린업트리오를 꾸렸지만 득점 챤스에서 결정적 한방을 쳐줄 해결사가 없었다. 세 명의 중심타자는 10타수 2안타에 그쳤고, 만회점을 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7회초에 대타로 등장했던 이승엽 역시 파울 플라이로 무기력하게 물러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마운드도 안정감을 주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선발 윤석민은 야수들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1회 실점 위기를 관록으로 잘 넘겼지만 2회 수비에서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내주며 선취점을 내주는 등 경기 운영에서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대표팀 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은 것으로 평가됐던 노경은은 5회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기대와 달리 추가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대표팀 경험이 적은 손승락과 차우찬 역시 경기 후반 실점을 허용하며 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경기 경험이 많은 오승환이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안정감과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오승환이 패전처리로 등판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상대에 대한 전력 분석은 물론 경기의 흐름 조차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코칭스태프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론 아직 만회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2경기가 남았고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 경우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분명 존재한다. 1차전 패배가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루 빨리 팀전력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타이중 참사'의 비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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