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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서 청송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수정사 대웅전을 알리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분명 안내판엔 "수정사 대웅전 150m"라고 씌어 있지만 150m는, 아니 1,500m를 가도 절은 보이지 않는다. 모르고 지나쳐 왔나 싶어 몇번을 되돌아 나오는 불필요한 수고 끝에 산길을 수km 더 달려 작은 절집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 절이 바로 수정사요, 초라하기까지 한 절집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각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3호로 지정되어 있는 수정사 대웅전이다. 기록에 따르면 수정사는 고려 공민왕 때의 큰 스님인 나옹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선시대에 중수되었고, 현재의 대웅전 건물은 1982년에 보수한 것이다.
대웅전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인데 조선시대 건축의 단아함을 지녔다. 규모도 무척 작을뿐더러 외양도 소박하기 그지 없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와 달리 조선시대 불교 건축이 화려함 보다는 단아함으로 그 건축미가 옮겨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불교의 수난사이기도 하면서 한편 고려시대의 화려했던 귀족 중심 불교에서 벗어나 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린 불교의 생명력과 유구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수정사란 이름은 절 옆을 흐르는 계곡 물이 수정처럼 맑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때이른 늦가을 추위에 수정같은 계곡을 찾아볼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다. 그보다 우선은 청송군에서 "수정사 대웅전 150m"라고 적혀진 잘못된 안내판부터 수정한 연후에 수정사를 소개하는 편이 옳은 일일 것 같다. 아무리 양보한다고 해도 150m 치고는 정말 너무 멀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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