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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침묵의 봄 - 세상을 바꾼 인물, 세상을 변화시킨 책

by 푸른가람 201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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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는 '침묵의 봄'이 1962년 출간된 지 올해로 딱 50년을 맞았다. 이 책을 통해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큰 공을 인정해 지난 2002년 12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녀를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완벽한 살충제'로 알려졌던 DDT와 같은 합성 살충제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우리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며, 종국에는 그 피해가 인간에게 미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해충을 효과적으로 '몰살'시키기 위해 뿌려진 화학물질들의 감춰진 위험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출간 당시 이 책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의 출판을 막으려던 거대 화학업계의 방해 공작은 이후에도 그녀의 진실된 주장을 폄하하고 연구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자행됐지만 대중들은 그녀의 진실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결국 의회의 국가환경정책법안 통과와 DDT 사용 금지라는 획기적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겨우 18개월이 지난 1964년 레이첼 카슨은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비록 그녀는 생전에 미국 내 DDT 사용 금지가 확정되는 순간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무지와 오만에서 벗어나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큰 계기를 만들었다. 그녀 자신은 어둡고 긴 침묵의 봄을 보냈지만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따뜻하고 화창한 지구의 봄을 꿈꾸었던 것이 아닐까.

 


"자연을 통제한다"는 인간의 오만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의 탐욕은 자연과 더불어 살던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을 망각하게 하고 있다. 철저하게 인간의 관점에서 명명된 '해충'이나 '잡초' 역시 거대한 지구 생태계의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DDT란 이름은 우리에게 참 익숙하다. DDT(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는 1874년 독일 과학자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전성시대를 연 것은 1939년 살충제로서의 효능이 확인된 이후부터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DDT를 발견했던 스위스의 파울 뮐러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노벨상의 창시자인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하는 과학적 업적을 이루었으나 결국 그 발명품이 전쟁 무기로 변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던 것처럼 해로운 곤충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여겨졌었던 DDT가 결국 봄이 왔지만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을 불러왔다는 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DDT는 한국전쟁 이후 못살던 시절, 배고픔 못지 않게 사람들을 괴롭혔던 이를 박멸하는 효과적인 약품으로 애용되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DDT 세례를 받고 개운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추억들이 오래된 흑백필름 속에서만 존재하듯 우리나라에서도 DDT는 1976년 생산중지에 이어 1979년에는 사용이 전면 중지되었다.

지구의 역사는 생명체와 환경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생존과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지구 탄생 이후 인간이라는 생물종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기술적 진보와 경제적 번영을 얻었을 지는 몰라도 그 오만함이 결국 인류의 파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두려운 진실이다.

DDT로 대표되는 염화탄화수소 계열, 파라티온이나 말라티온과 같은 유기인산 계열의 합성 살충제의 위험성은 이제는 일종의 상식이 되었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노출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심각성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있지만 지구 생태계의 '침묵의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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