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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는 절, 의성 고운사

by 푸른가람 201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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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를 달려 고운사에 당도한 그 날은 파란 하늘 빛에 떠가는 흰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난 뒤 하늘은 깨끗했고, 바람은 상쾌했다. 후텁지근한 장마철 한가운데 이런 좋은 날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카메라를 챙겨 들고 떠날 곳을 궁리하다 도착한 곳은 또 고운사였다.



고운사는 내게 참 익숙한 절이다. 몇해 전 처음 고운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처럼 여전히 고운 절이란 생각이 든다. 절에 이르는 걷기 좋은 숲길도 좋고, 조계종 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넉넉한 인심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고운사가 좋은 이유를 든다면 절 입구에서번잡한 상가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번 카메라를 들고 고운사를 둘러보는 행로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사천왕문을 들어선다. 검을 들고 서 있는 동방 지국천왕, 비파를 들고 있는 북방 다문천왕, 탑을 들고 있는 서방 광목천왕, 용을 쥐고 있는 서방 증장천왕까지 모두 무섭고 용맹스런 모습이지만 왠지 내겐 늘 보아오던 익숙한 부처와 보살의 모습이다.




고불전을 지나 가운루에서 한참을 머문다. 고운사에 여러 채의 전각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건축물이 바로 이 가운루다. 가운루는 두 계곡이 하나로 합쳐진 작은 개울 위에 세워져 있는데 원래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독립적으로 자리잡은 두개의 사찰을 이 가운루가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가운루 누각에 앉아 아래로는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위로는 머리를 들어 바라보는 녹음이 우거진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떠가는 구름의 풍경은 옛 기록에 전하는 것처럼 말 그대로 '신선의 세계'라 부를 만 할 것 같다. 지금의 가운루도 중수한 지 5백년이 가까워지는 오래된 건물이라니 과연 천년고찰다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우람찬 모습으로 등운산 산자락 아래 터를 잡고 있는 대웅보전에서 조계종 본사의 위엄이 느껴진다. 그 기세에 눌려서인지 고운사 대웅보전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크고 화려한 부처님 보다는 고불전이나 약사전에 모셔진 오래된 석불이 내 소원에 좀더 귀를 기울여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시간에 쫓겨서인지 매번 고운사를 찾을 때마다 빼먹지 않고 찾았던 극락전을 이번에는 들러보지 못했다. 극락전 옆 만덕당 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며 맞은편 등운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고운사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매번 이곳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 보았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맛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절 이름이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는 고운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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