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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여름빛 가득한 청암정에서 가을 모습을 그려 보다

by 푸른가람 201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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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지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청암정를 몇번 다녀왔었는데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각자 저마다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꽤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과거에 사진 동호회 출사랍시고 떼지어 몰려다니던 때의 호기로운 기억도 문득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참 묘하다. 몇해 전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도 음악회 준비로 분주하더니 이날도 시간을 맞춰서 간 듯 했다. 청암정 바로 옆 권재 종택의 넓은 마당에서 지역의 한 방송사의 촬영이 있는 모양이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장비를 셋팅하고 무대와 좌석을 준비하고 음향을 테스트하느라 바빴다.



토요일 오후 조금은 한적한 닭실마을과 청암정의 모습을 담아 보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을 거슬러 청암정이 배경으로 등장하던 드라마나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음악 사운드는 나의 정신을 지금 이 시간에 머물러 있게끔 훼방했다.




그래도 좋았다. 작은 담장 하나로 경계 지어져 있지만 그래도 이 공간만큼은 그 분주함에서 조금은 비켜난 느낌이다. 음악회를 보로 온 사람인지 아니면 일부러  닭실마을을 보러 온 사람인 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이곳을 찾는 발길을 사뭇 늘어난 느낌이다. 좋은 곳은 혼자만 여유자적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지나친 욕심일테지만 인파의 소란스러움이 결코 반갑지만도 않다.



청암정의 모습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좀더 멋지게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싶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 거북이 모양의 너럭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 주변에는 연못이 파져 있고 돌다리를 건너 정자에 다다를 수 있다. 아주 좁고 길이도 짧은 돌다리지만 나는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이 물을 건너면 피안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문득 가을빛이 감도는 청암정의 모습이 궁금해 진다. 청암정 주변에 심어져 있는 단풍나무의 잎들이 울긋불긋 제 빛을 토해내는 순간이면 더욱 황홀한 경치를 선사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해질녁이 더욱 좋겠다. 선명한 가을햇살 속에 색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이내 서늘한 바람이 가을 밤을 이끌고 불어 오겠지.




* 청암정 관련 이전 글 보기
삼남의 4대 명당으로 꼽히는 봉화 닭실마을(청암정) :
http://kangks72.tistory.com/714
겨울의 끝자락에 찾은 봉화 닭실마을과 청암정 : http://kangks72.tistory.com/957



봉화 청암정

조선 중종때 학자인 권벌(1478-1548)이 지은 정자로 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에 있다. 풍수설에 따르면 금닭이 학의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지세로 흔히 '닭실' 또는 '유곡"으로 불리게 되었다. 권벌의 본관은 안동이며 호는 충재 또는 훤정이라 하였다. 1507년 문과에 급제하여 예조참판에 이르렀으나 1519년 기묘사화로 파직당하고 이곳에 내려와 은거하며 청암정을 지었다.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운 정자로, 냇물을 끌어 들여 연못을 파고 조촐한 모양의 장대석 돌다리를 놓았다. 물 위에 거북이가 떠 있고 그 위에 정자가 놓여있는 형상이다. 바위를 평평하게 다듬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양을 살려 주춧돌과 기둥 길이로 조절하여 위치에 따라 정자의 높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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