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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신록이 물드는 가야산 소리길에서 깊고 청명한 소리를 찾다

by 푸른가람 201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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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해인사를 여러번 다녔으면서도 '소리길'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그 말이 천고의 진리인 것 같다. 차로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을 지날 때마다 "이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걸어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람들의 욕심은 다들 비슷한 가 보다.



'가야산 소리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생태탐방로는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지난해 3월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이 공동 투자해 조성에 나서 마침내 9월 16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대장경 축전장에서 시작해 무릉교와 최치원 선생이 풍류를 즐겼다는 농산정을 거쳐 해인사 영산교에 이르는 6km 코스다.



5월의 신록이 하루하루 세상 풍경을 바꿔주고 있는 요즘도 참 좋지만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면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선사할 것 같다. 소리길이라는 이름은 우주 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이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계곡을 걸으으며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마다 이 길을 걸으며 듣게 될 소리는 다를 것이지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을 듯 싶다.




특히 홍류문에서 영산교에 이르는 3.1km 코스는 걷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숲은 온통 하늘을 가려 시원스런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로 옆을 흐르는 시원스런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소리는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경사가 거의 없고 평탄하게 길이 만들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자연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최치원 선생이 속세를 떠나 바둑과 차를 벗삼아 숨어 살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농산정과 학사당 등의 수많은 유적이 있기도 하다. 가야 19명소 가운데 이 소리길에 16개의 명소가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어 옛 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이 결코 지겹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냥 좋을 수만은 없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제 길이 만들어 졌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게 될 것이다. 그동안은 사람의 출입이 없어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가 온전하게 잘 보존되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야산 소리길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길에 어울리는 깊고 청명한 소리로 이 길이 가득찼음 좋겠다.





* 사진 촬영에는 갤럭시S2와 네이버 카메라 앱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제 아무리 800만화소라고 해도 폰카다 보니 사진들은 안습이군요. 다음에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게 되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가을날 새벽에 다시 걸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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