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소박한 우리 전통의 원림인 소쇄원을 찾아가는 길에 괜찮은 곳을 하나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 소쇄원을 찾아 왔어도 그저 스쳐 지났던 곳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인연이 닿았던 것인지 눈에 들어 왔다. 지난해 가을 인근의 식영정에서 내려다보던 광주호의 풍경이 시원스레 느껴졌었는데 호수 안에 이처럼 잘 가꿔진 공원이 있다는 것이 한편 반가웠다.
정식 명칭은 광주호 호수생태원이라고 한다. 2006년 3월에 개장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여길 와 볼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거창한 시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수생식물원, 생태연못, 야생화 공원, 수변 탐방로, 전망대 등이 호숫가를 따라 오밀조밀하게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생태체험 및 휴식 공간을 제격이다.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라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신록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기에도 괜찮은 장소가 아닌가 싶다. 누런 갈대 너머 봄 기운을 받아 싱그러운 숲이 색의 대조를 이루며 완만한 산자락 아래 포근하게 펼쳐진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벤치에 앉아 호수 풍경을 즐기던 순간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나트막한 언덕 위에 놓여진 식영정에서 내려다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광주댐이 생기기 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소쇄원, 식영정, 취가정, 환벽당 등 수많은 정자들이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사이좋게 마주하고 있었을 그 오래전의 모습은 지금보단 훨씬 정겹지 않았을까.
대구엔 이미 다 져버린 벚꽃이 여기에는 아직 남아 있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벚꽃도 봄의 끝자락을 향해 마지막 꽃잎을 떨어뜨릴 채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또 한차례의 봄이 지나가는구나 싶다. 분명 내년에도 봄은 오고 이 나무에도 풍성하게 벚꽃이 피어날테지. 다시 찾아올 봄에 이곳을 찾게 된다면 지척에 있는 취가정과 환벽당도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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