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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늘 즐겁고 설레는 운문사 찾아가는 길

by 푸른가람 201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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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곳일지라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청도 호거산 운문사 역시도 내게는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대구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운문사를 찾게 되곤 하는데 언제든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즐겁고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다.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꼭 이 운문댐을 지나야 한다. 물론 석남사 쪽에서 넘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고개마루를 넘으며 드넓은 운문호를 바라보노라면 시원스런 풍광에만 눈길이 갔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 때문이다.

깊고 푸른 물 속에 잠긴 땅이 한때는 이곳에 살던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은 사실 고향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내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글을 통해서 타의에 의해 고향을 등져야 하는 서글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운문호 물속에서 브라스 밴드의 애잔한 가락이 울려펴지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한다.






운문사는 알려져 있다시피 비구니 사찰이다. 모든 절들이 단아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비구니 스님들의 도량에 가면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닫혀진 곳도 여느 사찰보다는 더 많은 탓에 신비스러운 느낌도 더해진다. 적당히 감추고 가릴 줄 아는 것. 이것은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지는 하나의 가르침일 지도 모르겠다.







여러 차례 운문사를 찾지만 매번 같은 코스로 절을 둘러보게 되는 것 같다. 막걸리 열두 말을 먹는다는, 그 유명한 운문사 쳐진 소나무를 지나 새로 지어진 대웅보전을 한바튀 휘돌아 만세루와 옛 대웅보전 앞을 서성이게 된다. 여러 채의 당우 가운데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웅장한 모습의 새 대웅보전이다.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마땅찮음은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소박하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건물들과 비교해 너무나 위풍당당한 것이 운문사의 정취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는 절에 가도 법당에 들어가 절하는 법이 없었다. 무언가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뭔가 부처님에게 빌고 싶은 간절함이 없었던 탓일까.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찾아오는 발길이 드문 외떨어진 전각에 모셔진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에 평안한 고요가 물결치는 순간이다.

 

 

 


얼마나 오래되고 큰 절인가, 유명하고 많은 신도들이 찾는 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절은 가급적 피하게 된다. 그저 절을 관광 목적으로 찾는 게 아니라면 그런 절들은 절을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절은 절하는 곳이요, 마음에 고인 시를 홀로 읊어보는 곳이면 좋을 것 같다. 운문사는 딱 그런 절이라서 좋다.

* 운문사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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