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되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김천 청암사

by 푸른가람 2011. 5. 16.
728x90

 
언제든 다시 찾고싶은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청암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직지사의 말사이며 인근의 수도암을 부속 암자로 거느리고 있는 절.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였다.

 


빡빡하게 사흘간 계속되던 일정의 마지막 코스로 청암사를 잡았던 것도 사실 우연이었다.
여행의 막바지 피곤이 몰려 왔다.
내비게이션에는 아직 목적지가 1km나 남았는데 입구에서 더이상 차는 오를 수 없게 통제하고 있었다.

 


 


 


길이 험해서 차량통제를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보통의 사찰처럼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스님들의 수행과 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게,
혹은 숲에서 사는 뭇짐승들이 편히 지낼 수 있게 하려는 배려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조금 걷다보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계곡을 따라 난 한쪽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길을 따라 시원스런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은
편하게 차로 이동하는 그 안락함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생각보다 청암사 규모가 컸다.
전각들이 한군데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는 게 아니라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제일 안쪽 깊은 자리엔 보광전과 극락전이 있었다.



극락전 낮은 담장 너머 스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한 극락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나지막히 들려오는 스님들의 정담을 방해할까 두려워 다시 발길을 돌려 나왔다.


극락전 앞 너른 텃밭에는 많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스프링쿨러에서 시원스런 물줄기가 연신 뿜어져 나온다.
이 넓은 밭에 일일이 물을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것 역시 수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물길 건너편에 대웅전, 육화료, 진영각과 수님들의 수행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극락전 쪽이 높은 언덕에 있어 이곳에 서면 청암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 기와가 올려져 있어 이채를 띄는 건물이 어딘가 했더니 바로 대웅전이었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다층석탑이 우뚝 서 있다.
원래 이 석탑은 성주의 한 논바닥에 있던 것을 이 곳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아래쪽 기단이 좁아서 그런지 좀 위태로와 보이기도 하는데 
그 모양이 늘 번민으로 위태로운 중생들의 마음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며칠전에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하다.
손을 씻기도 미안할 정도로 물빛이 매우 맑고 정갈한 것이 청암사를 닮았다.

 


 


대웅전 마당에서는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스님의 독경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한참을 서 있었는데
계곡옆 범종각 앞에서는 쉼없이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을 씻어내며 수십여분을 보냈다.

 


 


 


그냥 이 곳에 머물러 지내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지금 먹은 이 마음대로만 살 수 있다면 속세의 그 고민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이 마음과 이 풍경을 카메라에 고이 간직하려 분주히 셔터를 눌러대 보지만
사진으로 남겨진 것보단 마음과 눈으로 담아 두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하고 오래갈 것은 분명하다.

 


 


 


마음 같아서는 마치 돌이라도 돼서 언제까지라도 머물고 싶지만
다시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본다.
내려가는 길은 숲길을 택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벋어있는 소나무들의 자태가 아름답다.
5월의 신록으로 온통 푸르른 숲에서 품어 나오는 상쾌한 공기를 가득 들여마셔 본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이 폐부 깊숙한 곳에서 느껴진다.
이름 그대로 푸른 5월 청암사에서의 기억은 또하나의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 청암사 사진 더 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