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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푸른 빛으로 채워져 가는 경주 옥산서원

by 푸른가람 201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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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의 정문인 역락문입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 오니 이 어쩌 기쁘지 아니한가'
에서 따온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번 찾았을 때는 한창 공사중이라
역락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다행히 공사가 끝났나 보네요.

 


그래도 문은 굳게 닫혀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오른쪽 입구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녹음이 우거져 가는 길이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길 옆에 작은 내에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졸졸졸 흘러줍니다.

 


옥산서원 바로 뒷편에는 이런 풍경이 펼쳐 집니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 옆으로 넓은 바위가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들이 나온 분들이 참 많네요.
이날 최악의 황사가 불어온 날이었는데도 그런거 전혀 개의치 않는 분들인가 봅니다.

개울을 따라 그늘 밑에는 자리를 펴고
집에서 해온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데 한여름이 되면 아주 볼만 하겠습니다.

 


 


 


멀리 무변루가 보입니다.
변함이 없는 영원함을 지향한다는 뜻이겠지요.
2층짜리 누각의 빛바랜 단청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가 있네요.
왼편으로 단을 이루고 있는 담장이 정겹습니다.

 


역락문과 무변루 사이에도 작은 수로가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외부에서 물길을 낸 것 같은데 딱히 그 용도는 모르겠네요.

 


 


무변루를 들어서면 바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옥산서원의 강당인 구인당입니다.
아마 예전에는 이곳에서 유생들이 공부도 하고 서원의 주요 행사들을 치뤘을 겁니다.

 


 


옥산서원의 편액은 원래 이산해가 썼었는데
이후 불에 타버린 구인당을 새로 지을 때 추사 김정희가 다시 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필이라고 추앙받는 추사의 필적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좋네요.

 


잘은 모르지만 글씨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어르신 한분이 마침 옥산서원 편액을 살펴보고 계시는데
아무 말씀 안하시지만 "그 참 명필일세" 하시는 듯 합니다.

 


 


구인당에서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왼쪽이 동재, 오른쪽이 서재입니다.
좌고 우저라고 하는데, 좌측이 신분이 높은 학생들이 기거하는 기숙사입라고 하네요.
동재의 이름이 민구재, 서재의 이름이 암수재라 불립니다.

 


 


구인당에 서서 맞은편 무변루를 바라 봅니다.
2층 누각에 올라서 계곡의 시원스런 물소리를 들으며
풍류를 즐겼을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구인당 뒷편에는 회재의 위패를 봉안해 놓은 체인묘,
이언적의 신도비를 모신 신도비각, 문집 및 판각을 보관하는 경각, 판각 등이 있습니다.
문이 잠겨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게 있습니다.
벽이며 문이며 가리지 않고 온갖 낙서들로 어지럽습니다.
분명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르고 한 행동일 겁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두고두고 안좋은 느낌으로 전해질 거란 걸 몰랐겠지요.
여긴 방명록을 남기는 곳도 아니고 낙서판도 아니란 걸 깨달았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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